녹차에만 몸에 좋은 성분이 있는 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차나무(Camellia oleifera)의 씨앗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에서 놀라운 천연 물질, '티 사포닌(tea saponin)'이 나온다. 문제는 이걸 꺼내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것.
하지만 최근, 중국 화중농업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 이 난제를 풀었다.
“찻씨 찌꺼기에서 사포닌을 뽑아내는 최적의 온도, 압력, 시간, 그리고 내부 화학 반응까지 규명했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은 물로만 진행된다. 지구도 지키고, 건강도 챙기고, 산업도 살릴 수 있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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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사포닌? 이름은 낯설어도 효능은 대단하다
티 사포닌은 천연 기포제이자 계면활성제다.
비누처럼 거품을 만들 수 있지만 화학물질이 아닌 식물성이다.
항염, 항균, 항산화 기능까지 갖춰 식품, 의약품, 화장품, 심지어 친환경 세제와 농약에도 쓰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귀한 물질이 씨앗 찌꺼기 안에 꽁꽁 숨어 있다는 것.
기존에는 뜨거운 물이나 알코올을 써서 추출했지만, 효율이 낮고 환경에 부담을 준다.
그래서 연구진은 새로운 방법을 택했다. ‘준임계수’(subcritical water) 추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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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임계수’란 무엇인가? 물의 힘으로 추출하는 친환경 기술
물을 100도 이상, 끓지 않게 가열하면 ‘준임계 상태’가 된다. 이 물은 일반 물과는 성질이 다르다. 용해력이 높아지며, 극성과 비극성 성분을 모두 녹일 수 있다. 다시 말해, 화학 용매 없이도 어려운 성분을 뽑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120~160도, 1 MPa의 압력에서 찻씨 찌꺼기(Hubei, Hunan, Guizhou 세 지역에서 수집)에서 사포닌을 뽑아내며, 어떤 조합이 가장 좋은지를 시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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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외부 조건이 아니다, ‘안에 뭐가 들었는가’가 관건
놀라운 점은 단순히 온도나 시간만 조절한다고 해서 결과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찌꺼기 속에 단백질과 당분(환원당)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따라 사포닌 추출량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왜일까? 여기엔 복잡한 마이야르 반응이 숨어 있다.
이 반응은 당과 단백질이 만나 색이 짙어지고 맛과 향이 변하는 화학 작용인데, 고온의 물 속에서도 벌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포닌이 당과 단백질에 반응해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단백질과 당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추출을 방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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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으로 증명한 복잡한 삼각관계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세 가지 성분—티 사포닌, 유청 단백질(WPI), 포도당(당류)—을 조합해 반응시켰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단백질만 넣으면 사포닌이 줄어들었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사포닌이 소비됐기 때문이다.
* 여기에 포도당을 더하자 오히려 사포닌이 보존됐다. 포도당이 단백질과 먼저 반응하며 사포닌을 ‘지켜준’ 것이다.
즉, 당은 해롭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결국, 내부 성분의 비율이 가장 큰 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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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을 조절하는 ‘효소 처방’까지 도입!
이론은 좋지만, 실제 찌꺼기 안의 단백질을 조절하려면?
연구진은 ‘알칼리성 프로테아제’라는 단백질을 사용해 단백질을 조절했다.
그 결과,
* 3%의 효소를 사용했을 때 추출량이 88% 증가했다.
* 그러나 5%로 늘리면 되레 역효과가 났다. 단백질이 지나치게 분해되어 더 많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즉, “적당히”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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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쓰레기 같던 찻씨 찌꺼기, ‘고부가가치 자원’ 되다
이 연구는 단순히 사포닌을 많이 뽑는 법을 찾은 게 아니다.
자원 재활용, 환경보호, 식품산업 혁신, 건강한 원료 개발까지 모두 연결되는 스마트한 기술을 제시했다.
앞으로 찻씨 찌꺼기는 더 이상 버려지는 부산물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천연원료의 보고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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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Niu, A.; Wang, C.; Liu, F.; Ling, G.; Wang, Y.; Liu, S.; Hu, X. *Mechanism and Regulation of Tea Saponin Extraction from C. oleifera Seed Meal in Subcritical Water.* Foods 2025, 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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