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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허브

팔레스타인 전통 곡물의 품질 실태, 낱낱이 밝혀지다

by 숏다리영감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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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카, 이래도 드시겠습니까?"


흔히 ‘녹색 밀’이라 불리는 프리카(Freekeh). 중동 식탁에서는 쌀 대신 올라오는 단골 손님이다. 특유의 훈연 향과 풍부한 식이섬유 덕분에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팔레스타인 시장에서 판매되는 프리카의 품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통 곡물의 재발견, 하지만…


프리카는 수확이 덜 된 어린 밀을 불에 구워 만드는 전통 곡물이다. 유럽에서는 ‘슈퍼푸드’로 불리며 샐러드나 곡물 밥으로 소비가 늘고 있지만, 중동에서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먹어온 고유 음식이다.팔레스타인에서도 프리카는 흔한 식재료다. 문제는 바로 ‘품질’이다. 같은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제품들 간에 맛과 영양 성분, 심지어 위생 상태까지 크게 다르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믿고 구매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가 있다. 나자 대학(An-Najah National University)의 연구진은 팔레스타인 시장에서 유통 중인 9개 상표의 프리카를 수집해 품질을 비교 분석했다. 이름 대신 'A1'부터 'A9'까지 코드명을 붙이고, 화학적 성분부터 미생물 오염도, 심지어 벌레나 돌멩이 같은 이물질까지 꼼꼼히 검사했다.


실험실에서 본 프리카의 민낯


실험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곡물을 곱게 갈고, 각각의 지방, 단백질, 수분, 식이섬유, 재 함량 등을 분석했다. 동시에 색깔 지수를 측정해 수확 시기와 가공 상태를 유추했고, 마지막으로 미생물 검사로 식중독 위험 여부를 평가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수분 함량만 빼고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제품 간 큰 차이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지방 함량은 2.5%에서 5.1%까지, 단백질은 9.6%에서 무려 16.9%까지 다양했다. 같은 프리카인데도 어떤 제품은 고단백, 어떤 것은 저단백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품 포장에 적힌 영양 정보와 실측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제품은 지방 함량을 0.78%로 표시했지만, 실제 분석에서는 5% 이상이었다. 명백한 허위 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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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로 본 프리카의 ‘나이’


프리카는 원래 이른 수확(밀크 또는 도우 단계) 후 불에 구워야 진한 풍미와 건강 성분이 유지된다. 그런데 수확 시기를 판단할 수 있는 색깔 지수를 분석해보니, 제품마다 편차가 컸다. 초록빛이 강할수록 이른 수확을 의미하는데, 일부 제품은 붉은 기가 돌아 실제로는 너무 늦게 수확한 것으로 보였다. 즉, ‘프리카답지 않은’ 프리카도 있었다는 뜻이다.


돌, 흙, 곰팡이까지? 위생 상태 ‘불량’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물리적 이물질과 미생물 오염도에서 나왔다. 일부 제품에서는 돌멩이, 벌레, 잡곡 등 다양한 이물질이 발견됐다. A4 제품은 이물질이 전체 무게의 2%를 넘어 기준치를 초과했고, 어떤 제품은 곰팡이 수치가 안전 기준치에 근접해 있었다.


특히 A5 제품은 곰팡이 수치가 4 log CFU/g으로, 다른 제품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보관 상태나 건조 방식에서 위생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제조법 차이, 그리고 산업화의 그림자


연구진은 이런 품질 차이가 대부분 제조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프리카는 아직 대규모 산업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해 소규모 제조자가 전통 방식대로 가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일관되지 않다는 것. 불에 굽는 강도, 세척 횟수, 저장 환경이 제조자마다 달라 제품의 최종 품질도 들쭉날쭉하다.


또한, 팔레스타인 표준(Palestinian Standard 4154/2019)에 따르면 프리카 제품은 일정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이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첫 번째 경고장’으로 볼 수 있다.


왜 이 연구가 중요한가?


첫째, 프리카는 단순한 전통 식재료가 아니다. 식이섬유,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둘째, 팔레스타인 내에서는 중요한 소득원 중 하나다. 특히 중소 농가와 여성 생산자에게는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품질 표준을 제대로 확립하면 수출도 가능하다.


셋째, 세계는 지금 ‘로컬푸드’, ‘슬로우푸드’에 주목하고 있다. 프리카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단, 그에 앞서 ‘믿고 먹을 수 있는 품질’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결론: 이제는 품질도 전통이 되어야 할 때


연구진은 “이 연구가 지역 식품 산업의 기초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통 음식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도 위생과 영양 기준을 충족하는 프리카, 그게 진짜 ‘현대의 전통’이 아닐까?



출처 논문Mudalal, S., Hamdan, R., Qubbaj, T., & Rahhal, B. (2025). Physicochemical and Microbiological Quality Assessment of Locally Produced Freekeh (Green Wheat): Insights Into Standard Compliance. Journal of Food Quality, 2025, Article ID 5038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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