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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허브

순무가 밥상 위로 돌아왔다: 밀·귀리와 섞어 더 건강한 한 그릇

by 숏다리영감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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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무요? 그거 김치 담글 때나 쓰는 채소 아니었나요?"

이제는 그렇지 않다. 평범한 뿌리채소인 순무(turnip)가 밀과 귀리 속에 들어가 포만감은 물론 영양까지 꽉 채운 ‘슈퍼 푸드’로 재탄생했다. 바로 최근 국제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에서다. 이 연구는 ‘밀–귀리–순무 블렌드’라는 새로운 시리얼 제품을 개발하고, 그 영양성과 맛의 조화를 실험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영양도 잡고 맛도 잡은 건 물론이고, 농업적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스마트한 식품 전략이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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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곡물이 만났다: 밀, 귀리, 그리고 순무

현대 식품 산업이 안고 있는 고민은 간단하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식품을 맛있고 쉽게 먹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한 가지 해답이 ‘블렌딩’이다. 곡물이나 채소들을 섞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팀은 바로 이 블렌딩 전략으로 밀(wheat), 귀리(oats), 그리고 순무(turnip)를 조합했다.

밀은 에너지의 주 공급원인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귀리는 심장 건강에 좋은 베타글루칸 같은 섬유소가 강점이다. 그런데 여기에 비타민 C, 칼슘, 섬유소가 풍부한 순무가 더해지니? 영양의 균형이 확 달라진다.

특히 순무는 한국 식단에선 종종 소외된 채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핵심 재료로 주목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칼슘과 식이섬유의 보물창고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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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이렇게 했다: 0%부터 50%까지

연구진은 순무 가루를 0%부터 50%까지 다섯 단계(T0~T5)로 나눠 밀과 귀리에 혼합했다. 이걸 끓여 죽 형태로 만들고, 영양 분석과 함께 맛 평가도 진행했다.

총 20명의 훈련된 평가단이 각각의 블렌드를 시식했다. 평가 항목은 외형, 향, 맛, 질감, 목넘김, 그리고 전체적인 만족도였다. 모든 항목은 9점 만점 척도를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순무 가루를 30% 넣은 조합(T3)이 모든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맛과 질감, 전체적인 만족도가 돋보였다. 그야말로 ‘순무 황금비율’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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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성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블렌드에 순무를 많이 넣을수록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칼슘 대폭 증가

50% 순무 조합(T5)에서는 칼슘 함량이 135mg/100g까지 치솟았다. 이는 0% 조합(T0)의 약 3.5배 수준이다.


 ❌ 단백질과 지방은 감소

순무 자체의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낮기 때문에, 비율이 높아질수록 전체 블렌드의 단백질(최대 11.3% → 최소 8.3%)과 지방(3.5% → 2.0%)도 줄어들었다.


 ✅ 수분 감소, 저장성 향상

재미있는 건 수분 함량이 줄어들수록 보관성은 좋아졌다는 점이다. 가장 수분이 적은 T5는 6개월까지 안정적으로 보관이 가능했다.


 ✅ 지방 줄이고 칼로리 낮추고

지방이 줄면 자연스레 칼로리도 낮아진다.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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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과학이다: 입맛을 사로잡은 30% 순무

맛 평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적당히 넣어야 맛있다"는 사실이다.

 30% 순무(T3): 모든 항목에서 8점 이상 고득점!
 50% 순무(T5): 외형, 맛, 질감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하위권.

순무의 독특한 향과 식감이 과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블렌딩의 목적은 조화지, 주객전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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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그 너머: 지속 가능한 식탁을 위하여

이번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히 “순무를 넣으면 좋다”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다양한 작물을 적절히 섞어 식품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식량안보, 영양불균형,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는 큰 그림과도 연결된다. 한 가지 작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면 더 건강하고 탄소발자국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다양한 뿌리채소를 활용한 곡물 블렌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순무 외에도 고구마, 비트, 무 같은 재료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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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순무는 칼슘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다.
 밀과 귀리에 혼합하면 식이섬유, 칼슘, 항산화 물질이 모두 강화된다.
 순무 30% 혼합 시 최고의 맛과 영양 균형을 달성한다.
 이 조합은 보관성도 우수해 실용성도 높다.
 기능성 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식탁 위 작은 변화가 더 건강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번 연구는 증명했다. 내일 아침 식사, 평소 먹던 시리얼 대신 ‘순무 30% 블렌드’ 죽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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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Toor, I.F., Sajid, S., Akmal, A., Abidin, Z.U., Fatima, Z., Althawab, S.A., Guo, L., & Alsulami, T. Nutritional Evaluation of Turnip Powder in Cereal Blends: A Study on Wheat, Oats, and Turnips. Food Science & Nutrition, 2025, 13:e7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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